역시 한 번에 되는 건 없었다
며칠 전 침대가 들어온 날 곧바로 자기 방에서 잠자리에 든게 신기해서 기록을 남겼는데, 딱 이틀만 그렇게 자고는 꿈에 괴물이 나왔다며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버렸다. 물론 이틀동안 혼자 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었고 오히려 이렇게 해준 게 좀 더 아이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나 사람 일이란 한 번에 되는 게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다. 이전 글에서 뭔가 아이가 한 번에 성취를 이룬 것처럼 마무리지은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계속 찜찜했다. 혹여나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자녀가 한 번에 성취를 하지 못한다면 어딘가 – 부모 또는 아이에게 –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 성공기를 드러내기보다는 좌충우돌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과, 필자가 알고 또 배우고 있는 지식들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해석해 보는 시도들을 통해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에 초점을 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늘의 글도 그런 차원에서 아이가 홀로서는 과정 중에 있음을 알리고 아이와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담백하게 풀어내보고 싶었다. 혹시나 이전 글들을 통해 육아에 있어 마음의 어려움을 느꼈던 분들이 계시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밖에서 잠든 날이면 그래도 곧바로 자기 침대에 눕힐 수 있었는데, 한밤 중이면 어김없이 안방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우리 부부를 웃음짓게 했다. 아무래도 울거나 보채지 않고 제 발로 찾아오니 대견한 마음이 들어서였던 듯 싶다. 혼자 잠자기가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런 과정들이 여러 차례 반복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아이가 큰 부담없이 새로운 상태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어떻게 혼자 자게 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아이를 달래는 중에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었다. 며칠 전, 잘 때가 되어 아이를 안고 가다 의도적으로 아이 방으로 발걸음을 슬쩍 옮겨 보았다. 아이는 이내 안방으로 가겠다며 저항을 했고, 그래도 그 강도가 세진 않았기에 아빠도 같이 있겠다고 달래며 침대에 눕히고는 옆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불을 끌어당기고 눈을 감았던 아이는 머않아 아빠 품에 다시 안기며 방에 가겠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아 오늘은 안되는 건가?’
싶으면서도 여전히 아이의 요구가 그리 강하진 않아 한 번 더 딜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아예 바닥에 누우면서 아빠도 여기서 잘테니 같이 자자고 해봤다. 어떻게 나올까? 그 정도라면 썩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나름 안심이 되었는지 알겠다고 하고는 자리로 돌아가 침대에 걸쳐 있는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손을 이리 저리 흔들더니
“아빠 사랑해.”
라며 귀엽게 속삭여 주었다.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그 말이 너무 감미롭고 예뻐서 얼른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아빠도 사랑해.”
곧바로 얘기해주곤 그대로 기분 좋게 누워 있었다. 아이는 이후 고개를 빼꼼 내밀며 눈을 마주치고는 배시시 웃다가 다시 눕는 걸 두어 번 가량 반복했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더 이상 뒤척임이 느껴지지 않아 슬며시 빠져나와 잠을 청했다. 같이 자자고 해놓고 부모가 돌아갈 경우 거짓말에 대한 역효과를 우려하는 글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에겐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진 듯 싶다. 어쨌거나 아이는 침대가 도착한지 2주 가량이 지난 지금도 자기 자리에서 잤다가, 안방에서 자기도 했다가, 엄마가 곁을 지켜주어 잠을 청하는 방식을 번갈아 가며 하고 있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별다른 요구 없이 혼자 잠들었다.) 아마 차차 자기 방에서 자는 횟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되지 않을까. 기저귀를 떼고 여기 저기에 수도 없이 실수를 했던 경험들이 어느새 추억이 되었던 것처럼, 잠자는 습관도 그렇게 들이게 되겠지. 그래도 한 단계 한 단계를 큰 무리 없이 함께 이겨나가 주는 것이 새삼 고마운 밤이다.
* 표지 이미지 출처 : riseand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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