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월 / 2개월] 아직은 서투른 언니의 애정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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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와 둘째

둘째가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된지도 어느덧 50일이 지났다. 이제는 몸무게도 2kg 가량 늘었고, 목에 힘도 생겨서 트림이나 목욕시킬 때 한결 편해졌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첫째 때의 기억이 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착실히 준비해 준 아내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둘째를 만날 수 있었다.

1. 새록새록 떠오른 신생아 육아의 추억

코로나로 인해 2주 간의 조리원 생활을 홀로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한동안 젖몸살로 고생을 했다. 모유량은 많은데 아이가 제대로 먹어주지 못해 뭉침이 심해졌던건데, 다행히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도, 집으로 부르기도 하면서 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적은 비용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수유 방법이 잘못돼 아기가 깊이 빨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된 것 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덕분에 젖몸살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문제는 수유 주기였다. 첫째보다 등 센서가 예민한 둘째는 수시로 안아달라며 칭얼댔고, 밤에는 서너 차례 깨어 엄마를 찾았다. 첫째 때는 아기가 울 때 몇 차례 같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분유를 먹이는 게 아니라면 트림시키는 것 빼고는 (물론 그것만 해도 엄마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지만)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수유하는 동안 졸면서 아침 맞기를 몇 차례 하다보니 새벽수유 정책은 자연스럽게 (?) 정리가 되었다. 아내가 비록 말은 안했지만 새벽에 깨서 젖 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는 게 (심지어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출근 생각해서 묵묵히 감당해 준 것이 못내 고마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어려움들과 첫째 (그 얄밉다는 6살이다) 로 인한 누적된 피로 탓에 새벽 수유를 도와달라며 SOS를 쳤다. 그래도 퇴근 후 육아 출근을 하면서 첫째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내 방에 들어가 있지 (혼자 놀지) 않기로,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세 번째 수유 때 만큼은 트림을 돕겠다고 약속하게 되었다.

2. 산 넘어 산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첫째가 동생을 많이 예뻐해 준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참고 글 : 동생을 질투하는 언니의 마음). 물론 자기보다 동생을 더 아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가차없이 서운함을 표현하곤 했지만, 늘 그래왔듯 최대한 설명해 주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니 또 다른 고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귀엽다고 한 행동들이 아기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아직 몰라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먼저는 이런 일이 있었다. 첫째가 거실에 누워 있는 동생 곁에서 볼도 만지고 귀여워하며 놀아주고 있을 때였다. 속으로 동생 예뻐해주네 싶어 기특하게 바라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 정도가 조금 지나쳤다. 아기 볼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손가락으로 누르기도 하고, 머리를 좌우로 다소 거칠게 흔드는 모습까지 포착됐던 것. 다행히 둘째가 울 정도로 지속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 모습을 본 순간 그동안 내본 적 없는 높은 톤으로 다급하게 첫째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 듣는 소리에 아내도 놀랐던지 안방에서 곧바로 뛰어나왔고, 순간 얼음이 된 첫째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내 반응에 나도 놀랐다;). 이어서 아직 단단해지지도 않은 아기 머리를 그렇게 흔들면 큰일난다고 엄하게 다그치고는, 놀란 것에 상처까지 받을까 싶어 앞으로 조심하자고 이야기하면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두 번째 문제 (6/8 화) 가 터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중, 안방에서 아내와 첫째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아내는 샤워를 하고 있었고 둘째는 근처 아기 침대에 누워있던 상태였는데, 첫째가 그 가운데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이 순간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길) 아니나 다를까 아내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싶더니 곧이어 어떡하느냐는 소리와 함께 둘째가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터라 방으로 급하게 달려갈 수는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아이씨!” 라는 표현까지 막을 순 없었다. 그렇게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 올리고는, 아내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첫째가 동생을 안고 엄마에게 데려갔다 돌아가던 중 금속 재질의 샤워실 문틀에 부딪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아 안고 있는 윤아 1
앉아서 안아본게 전부였는데…

그렇게 둘째를 달래주고 있던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첫째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생각해도 그 때 첫째를 살필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번 일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사과를 하더라도 상흔이 남을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의 미숙한 해석이 만들어낸 상처까지 예방할 순 없겠지만, 감지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몫일 터였다. 그렇게 침대 옆에 서 있던 첫째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었고, 아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못하고 쳐다만 보다 울먹이기 시작했다. 미안한 마음에 둘째를 안은 상태로 다가가 무릎에 앉히며 물었다.

“많이 놀랐지? 괜찮아. 엄마한테 데리고 가려다 그렇게 된거야?”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가 울어서 데려가라고 하다가 실수해서 그런거지? 잘해주려고 했던건데 못봐서 부딪친거구?”

역시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지난번 실수를 무작정 반복하지 않으려고 첫째를 위로해 줬는데, 이번엔 둘째가 다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아 정말 돌아가면서 난리다. 그렇게 둘을 번갈아 보다가 아기가 우니 달래줘야겠다고 설명하고는, 첫째를 침대에 앉히고 일어나 다시 둘째를 토닥여 주었다. 그래도 단지 일어서서 안아달라는 요구였는지 금방 안정을 되찾았고, 덕분에 다시 첫째 곁에 앉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아직 아기가 태어난지 얼마 안돼서 정말 조심스럽게 대해줘야 되거든. 아직 머리 뼈도 단단하게 맞춰진 상태가 아니라서 잘못 부딪치기라도 하면 큰일날 수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될 수 있으면 엄마 아빠가 있는데서 안아주거나 예뻐해 주도록 하자. 알겠지?”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위로해주려고 어깨에 손을 얹었더니 몸을 뒤틀며 거부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잔소리에 대한 반감이 발동한 것이다. 아이가 속으로 하고 있을 말이 머릿속에서 곧바로 재생됐다.

“아빠는 맨날 나만 혼내고!”

3. 압도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그래도 나름의 응급조치 덕분에 첫째는 머잖아 기분을 풀고 다시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했던 나는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다가 어쩌다 그렇게 된거냐고 물어보았다.

“엄마한테 보여주려구.” “아, 아기가 울어서 엄마에게 데려다 주려고 한게 아니라 아기 잘 안는 거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야?” “응.”

한 마디로 칭찬받고 싶었단 소리다. 한편으로 웃음이 나면서도 또 그 마음도 잘 알겠기에 “그랬구나. 그래도 그렇게 아기를 혼자서 안을수도 있고 대단하네.”

라고 답해주었다. 마음을 누적된 반응의 합이라고 봤을 때, 오늘의 경험이 아이에게 적어도 음수(-)로 남아있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나쁜 것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특성상, 밀려온 좌절감이 스스로를 집어 삼키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실수라는 결과가 ‘잘못’ 하나로만 이뤄져 있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내가 잘했던 것들, 고민과 노력, 시도와 성공, 실패와 깨달음 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힘이란 결국 이런 경험들이 누적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시의 방법 외에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없었을 아이의 용기가 자칫 외상적으로 차단당하지 않길, 실수를 통해 배우는 기쁨보다 처벌의 두려움에 압도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늘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물론 첫 반응부터 좋았다면 (아이씨만 안했어도..;)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아직 50일도 채 되지 않은 아기의 일이다 보니 나중에 이 글을 읽게 될 첫째가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이번 일은 앞으로 둘 사이에서 벌어질 다양한 사건들의 서곡에 불과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언제나 중요한 가치를 잊지 않고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기를 늘 그렇듯 새삼 다짐해 본다.

  • 표지 / 본문 이미지 출처 :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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