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라고 한다. 요즘들어 이 표현이 자주 떠오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와 닿는다. ’성공한 사람은 비슷한 이유로 성공하지만, 실패한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실패한다’고. 물론 성공의 방법도 저마다 다르겠지만 통하는 것은 분명히 있다. 사랑하면 방법 (목표) 을 찾고,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핑계를 찾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목표를 가졌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만족감 있는 성취가 한 두 가지 목표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목표가 없다면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어쩌면 뻔한 내용을 다룬다. 탁월한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평가하며 지속적으로 도전해 나가야 한다는 성공 방정식 말이다. 물론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언제나 어려운 것은 지속적인 실천일 것이다. 지난한 과정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늘 동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탁월한 성취를 이룬 드러커의 삶과 교훈을 다룬다. 특별히 의미 있는 성취를 원하는 모든 지식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드러커의 삶이나 업적을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안 별 중요성과 의미를 깊이 숙고해 자신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 있는 성취를 갈망하는 분들께 분명 좋은 영감을 제공할 것이라 믿어 일독을 권하며, 개인적으로도 배운 바를 나눠보고자 한다
1. 드러커는 어떤 사람인가?
평소 그를 인용한 글들은 종종 접해봤지만, 경영학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그저 그 분야의 거장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에 대한 기초 지식만 접하고도 –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활동했던 80여 년 전의 경영이란 그저 기업 운영을 위한 직원 관리 기술에 불과할 따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드러커는 이런 인식에 개의치 않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회를 위한 ‘사람 중심의’ 조직 관리 방법을 일생 동안 연구했다. 그 결과 경영은 보편적 원리와 이론, 실무 원칙을 가진 하나의 사상 체계, 즉 학문으로 인정받게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50년 넘게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39권의 저작과 수십 개 조직의 자문 역할을 해 수 많은 지도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인생 말년이 다가오는 어느 날, 가장 중요한 기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드러커는 이렇게 답한다. “거의 60여 년 전부터 경영은 조직들이 모인 사회에서 조직의 기본적인 기관이고 기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그리고 경영이란 ‘사업 관리’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모든 조직을 위한 통치 기관’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는 것. 경영학을 학문으로 연구할 수 있는 체계를 세웠다는 것. 경영학을 사람과 권한, 가치, 구조와 구성 요소, 특히 책임에 초점을 둔 것. 그럼으로써 경영학을 진정한 인문학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러커는 96세 생일을 8일 남겨 놓은 2005년 11월 11일에 생을 마감했다.
문정엽, 『탁월함에 이르는 피터 드러커의 습관』, 밀리의 서재
2. 드러커가 탁월함을 추구하게 된 계기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드러커 또한 탁월한 삶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저자는 대표적으로 네 가지 사건을 꼽는다.
2.1. ‘남들과 다른 길’에 대한 환희
1923년 11월 11일, 14살의 드러커는 오스트리아 황제 퇴위 후 공화정 수립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청년단 선두에 서 거리 행진에 참여했다고 한다. 당시 친구들을 대표해 선두에 서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었으나, 행진 중 시위대에 밀려 웅덩이에 발을 빠뜨리면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 드러커는 행진 참여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더러워진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임을 깨닫게 되면서 생애에서 최고로 기분 좋았던 순간으로 꼽았다고 한다.
2.2. 사람에 대한 관심
삶의 방향성을 잡은 것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케인즈의 강의를 통해서였다. 1930년대 영국에 있을 당시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상품의 행동’에 관심이 있었으나, 자신은 ‘인간의 행동’에 관심이 있었음을 갑작스럽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당시의 깨달음이 평생의 연구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2.3. ‘완벽 추구’의 매력
그는 함부르크에 있을 때 매주 오페라를 관람했다고 한다. 당시 유쾌하고 인생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이 여든 살의 노인 (주세페 베르디) 이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아 그를 깊이 흠모하게 된다. 실제로 베르디는 여든의 나이에도 하루 12시간씩 작곡에 열중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완벽함 추구’ 때문이었다. 그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한 번 더 도전할 의무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런 생각은 드러커에게 평생의 교훈으로 자리 잡았는데, 그의 말년에 가장 잘 쓴 책을 물었을 때 ‘다음에 쓸 책’이라고 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2.4. 성장의 노하우
드러커는 1945년경, 15~16세기 근대 유럽 초기의 역사를 연구한 적이 있다. 당시 남부 유럽은 가톨릭 (예수회) 이, 북부 유럽은 개신교 (칼뱅파) 가 각각 지배 종교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들은 동일한 방식으로 포교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가 연구 끝에 알게 된 것은 예수회 신부나 칼뱅파 목사가 중요한 일을 하거나 의사 결정을 할 때 예상 결과를 기록해 두었다가, 9개월 후에 실제와 비교해 보는 피드백 분석을 했다는 점이었다. 목표의 끈을 놓지 않고 장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학습해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드러커는 이 배움 또한 놓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적용해 50년 동안 실천했다고 한다. 그의 삶이 얼마나 성취감으로 충만했을지 글을 쓰면서도 벅찬 마음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3. 탁월한 성취를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
이제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탁월한 성취를 이룬 드러커의 특징을 세 가지로 추려 각 장을 구성한다. 사고력, 실천력, 학습력이 그것인데, 각각 Why, What, How 로 바꿔볼 수 있을 듯 싶다. 그 일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Why, 사고력),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를 정하고 (What, 실천력),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 (How, 학습력) 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3.1. Why : 의미 찾기
탁월한 성취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노력도, 따라서 탁월함에 이르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에 사람 보내는 일을 돕는다’고 했던 NASA의 청소부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에 충만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경우에서 절충안을 찾거나 뒤로 미루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수는 없는 일이니, 의미 있는 일을 어떻게 발견하고 선택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① 열정 : 하고 싶은 일 (직관적으로 옳은 일)
② 성취 :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재능, 강점 통해 성공 가능성 높임)
③ 가치 : 의미 느낄 수 있는 일 (다른 원칙 넘어서는 대원칙)
좋아하는 일 (열정) 과 잘하는 일 (성취)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일반적인 고민이다. 그러나 양자택일은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 때 마음의 중심을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가치’이다. 내가 어떤 일에 의미를 느끼고 있느냐는 것, 즉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만큼 과정 자체로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기에 돈, 명예와 같은 외부적 보상이 설 자리는 없다. 이런 보상은 자기 내면의 진실에 헌신했을 때, 즉 앞선 3가지 원칙에 충실했을 때 뒤 따르는 결과일 뿐, 원인이 될 수도 없고, 되더라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드러커가 케인즈 강의에서 깨달았던 것처럼 그의 제 1 가치는 ‘인간이 정상적으로 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것’에 있었다. 1930년대 중반 런던 투자은행가에서 훌륭한 성과를 냈음에도 돈보다 사람을 가치있게 여겨 전망이 밝지 않은 분야로 발걸음을 옮긴 것도, 훗날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소회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집중해야 할 분야를 좁혀 나갔다.
3.2. What : 목표 추구
드러커가 30세까지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냈던 것처럼, 우리도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탁월함을 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표는 제한된 시간과 노력에 방향과 틀을 정해줘, 일의 의미를 밝혀주고 가장 생산성 있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취의 핵심이 되는 목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① 목표를 세우는 방법
기본적으로 목표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 즉 지금 상태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내)야만 하는 것을 택해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불안감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한마디로 목표를 세웠는데 기대만 된다면 목표를 잘못 세웠다는 뜻이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즉 이상과 현실 간의 균형, 장기와 단기간의 균형을 이뤄 지나치게 막연하거나 먼 목표, 또는 그 반대되는 목표를 잡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 50세가 되면서 3년마다 2권씩 저술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5년 동안 2권을 저술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그래도 이런 목표 덕분에 자신의 페이스를 알게 되면서 2년에 1권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②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중요한 것은 중요도가 가장 높은 일을 우선 수행한 후 나머지에는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소수 일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희망과 무관하게 환경은 지속적으로, 또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드러커가 무엇보다 강조했던 것은 강점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강점은 어떤 일을 탁월하게 수행하도록 이끄는 내 고유 자산으로 오직 강점만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 한다. 알다시피 열정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의미있는 결과를 통해 인정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강점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찾아야 하지만, 타인이 그 씨앗을 발견할 수도 있다. 순서야 어찌 됐든 스스로 받아들일 때에만 강점이 되므로 자신에게 하는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나의 강점을 스스로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게 바로 다음 장에서 설명할 피드백 분석이다.
3.3. How : 능동적 학습과 피드백 분석
피드백 분석은 앞서 드러커가 중세 기독교를 연구하면서 깨달았던 내용을 담고 있다. 기대하는 결과를 기록하고 일정 시간 경과 후 나타난 결과와 비교, 평가해 다음 단계로 나갈 디딤돌로 삼는 것이다. 이때 결과가 예상대로 이루어졌다면 자신의 강점에 초점을, 미치지 못했다면 약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라는 해석 (분석)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실패를 통해 배우기’는 오늘날 목표를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잘된 점’을 통해서는 강점을 발견하고 집중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과거 지식을 끊임없이 대체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드러커는 3~4년마다 새로운 주제에 대해 공부하는 습관을 평생동안 실천해 자신의 전문성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확대해 나갔다고 한다. 결국 능동적 학습 태도가 목표 설정, 피드백 분석과 결합하면서 자신만의 탁월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4. 의미를 찾는 것의 어려움
일의 의미를 묻는 장에서 저자는 석공의 예를 든다. 세 명의 석공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① 먹고 살기 위해 (생계), ② 가장 멋진 돌을 깎기 위해 (전문가), ③ 성당을 짓기 위해 (목적 성취) 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 (자신의 일에 애정이 없는 사람) 은 탁월한 성취를 이룰 수 없음을 설명하기 위한 예화였다.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생존의 위협으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말기병이 된 자본주의가 모든 가치를 (금전적)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고, 제한된 수입보다 더욱 빠르게 하락하는 돈의 가치는 한가하게 의미나 찾고 있는 사람들을 생존 전선으로 떠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라는 것, 심지어 보상이 없어도 과정 자체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것은 지독한 낭만주의지 않을까? 돈이 부족해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시대에는 돈만 쫓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분위기라도 있었지만, 갈수록 현실을 모르는 미련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요즘이다.
얼마 전 정지우 작가가 결혼지옥에 나온 부부 사례1페이스북, 정지우 작가의 글를 언급한 적이 있다 (직접 보지는 못해 그의 설명만 참고한다). 아내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자기계발에 몰두해 운영하는 음식점이 2호점을 내는 등 성공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남편과의 관계는 갈수록 소원해졌고, 번아웃이 온 남편은 일을 마치면 기존에 해왔던 (돈이 되지 않는) 유치원 체육 교사일을 해 갈등을 겪는 것이 정지우 작가가 주목한 부분이었다. 중재를 통해 알게된 것은 그 일이 남편에게는 마치 구원과도 같았다는 점이다. 앞에 나서지도 못하던 사람이 자신을 기다려주는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치유되고 변화되었던 경험이 있었고, 따라서 지금과 같이 힘든 순간에 위로가 되는 그 일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의 모습은 좋아하는 일은 좀처럼 돈이 되지 않고, 잘하는 일은 좋아하기 어려운 우리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들의 상황이 마냥 나쁘진 않다고 느꼈던 건, 적어도 이들은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돈도 잘 벌지 못하고, 그렇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상황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고통이 별 것 아니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더불어 일에서 전적인 의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함께 갖는 것이 최선의 타협안이지 않을까 하는 평소의 생각도 뒷받침해 주었다. 사람은 반드시 어딘가에서는 힘을 받아야만 한다. 필자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일에서 좀처럼 의미를 느끼기 어려웠던 시기에 감동을 받았던 책2필자의 블로그, 무신론자인 철학자가 바울의 주체성에 주목한 이유, 『사도 바울』, 알랭 바디우을 정말 잘 전하고 싶어서였기에 그런 남편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갔다.
삶이라는 건 정말 어렵다. 나 자신을 아는 것도, 일에서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도, 그렇게 삶의 이유를 아는데까지 모든 것이 ‘무’인 상태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듯 끝없이 원석을 캐내야 한다. 그렇다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모두에게 공평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공평한 것은 고통의 크기, 절실함의 크기 만큼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이지 않을까. 따라서 탁월함이라는 것도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알아낸 끝에 얻게 된 일종의 흉터같은 게 아닐까 싶었다. 결코 쉬울 수는 없겠지만,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거기서 깨달은 성취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을 많은 분들이 발견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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