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부모의 성장,『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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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아이
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150

성장판 (독서 커뮤니티)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접하게 된 육아 서적이다. 푸름이 교육 방식을 통해 아이와 함께 성장한 엄마들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예사롭지 않은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갔다. 상처의 대물림, 육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콕 집어 대표 메시지로 정한 것에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 육아 분야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 교육 방식이라고는 해도, 개인적으로 어떤 ‘교육법’이라고 하는 틀을 별로 신뢰하지 않아 고민이 됐다. 그래도 20년 넘게 의미있는 결과들을 거두고 있다고 하니, 어떤 방식인지 알아는 보자는 마음에서 서평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육아에 지친 많은 부모님들이 꼭 한 번 쯤 읽어보시길 추천 드리고 싶다. 솔직히 핵심적인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푸름이 육아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배려깊은 사랑이나, 아이가 정답이라는 전제, 최대한 기다려줘야 한다는 가르침 등은 모두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렇게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평소 생각과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나는 글을 다 읽기도 전에 지인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있었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었으며, 책에 대한 아내의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1. 푸름이 교육은 무엇일까?

공동 저자 7명의 엄마들이 설명하는 푸름이 교육은 ‘아이만의 고유한, 무한한 가능성을 키워주기 위한 사랑법’이다. 일반적으로 교육법이라고 하면 아이가 의미있는 질서 체계 안으로 들어오도록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기 마련인데, 이 교육법은 애초에 그런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는 언제나 배움에 열려있어 배려 깊은 사랑으로 받아주고 기다려 주면, 스스로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가 정답이라는 명제는 이런 믿음을 함축하는 것으로, 이 때 기다려주지 못하는 부모의 불안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감정에 충실한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또 빈번히 부모를 한계 상황에 직면하도록 이끌게 되는데, 이 때 부모의 선택이 사실상 육아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감옥에서 안 나가면, 아이는 엄마를 사랑하기에 감옥까지 따라 들어옵니다. 이게 바로 무의식으로 전달되는 내적 불행의 대물림이에요…. 상상으로는 당장이라도 걸어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너무 두려웠습니다. 감옥에 있는 것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편하고 익숙했습니다. 그 안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죄를 면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pp. 190 – 91

인상 깊었던 한 엄마의 고백이다. 엄마를 사랑해 감옥까지 따라 들어오는 아이. 아이를 제한한 그 틀이 과연 내가 정한 틀이 맞는지, 나 또한 누군가로부터 물려 받은 아픔의 흔적은 아닌지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살펴보라는 조언은 그렇게 책의 제목이 되어 공명하고 있었다.

이 책이 특별하게 와닿았던 것은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만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모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고통을 감내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들을 가감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엄마를 사랑으로 비추어 줍니다. 아이가 엄마를 힘들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아이’의 문제로 바라봤던 시선을 나의 문제로 바꾸는 연습을 해보세요.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한다’가 아니라, ‘아이의 저 행동에 나는 왜 화가 날까? 이런식으로요.
p. 68

정말 많이 힘들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에 대한 이해와 허용의 폭이 커지고, 관계가 개선되면서 결과적으로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었다. 저자들의 경험담은 이 모든 과정들에 대한 고백이었고, 변주였다. 푸름이 교육은 자녀 교육이라는 주제에 부모의 욕망을 깊이 개입시켜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는 사실상의 부모 교육이었던 것이다.

2. 아이를 다르게 대하게 되었던 것

이처럼 푸름이 교육의 취지와 방식에 기본적으로 공감하면서, 또 평소에도 아이를 그렇게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었음에도 책을 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행동에 작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아이의 성취감을 위해 믿고 맡기겠다는 생각이, 부모가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해줘야 한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구실로 작용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위한 푸름이 엄마들의 노력을 보고 있자니 우리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반성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아이의 요구에 맞춰 신나게 노는 것과 새로운 것들을 알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어딘가로 놀러갈 때 관련 도감을 챙겨가 발견하게 된 곤충이나 식물들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버려도 상관 없는 옷을 입혀 마음 편하게 놀도록 해주는 내용들은 생각지 못했던 방법 (꿀팁) 이었다. 게다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최신 잡지를 사다줘 컨설턴트 수준의 자동차 박사가 됨과 동시에 수학, 과학 등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해 나간 것 등 아이의 관심에 맞춰 더 좋아할 만한 것들을 제시해주는 것이 부족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6살인 첫째가 한글과 숫자를 스스로 깨우친 것에 만족하며 머무르려 했던 아빠의 마음에 경종을 울려주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갑작스럽게 단계를 높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잠자리 책읽기 시간에 조금 더 오랜 시간을, 아침에 일어나서도 더 읽어주는 식으로 서로에게 부담없는 방법들을 조금씩 시도해 나갔다. 또한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식사를 마쳐 우리를 기쁘게 했던 것도 아이를 한껏 칭찬해준 결과로, 모두 책을 통한 자극 덕분이었다.

3. 책에 대해 달라진 아내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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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접한 아내의 반응

위와 같은 아내의 반응은 이 책을 통해 경험했던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였다. 평소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고 본인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크면 같이 책을 읽고 나누는 가정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그 때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과거 『사도바울』 (참고글 : 무신론자인 철학자가 바울의 주체성에 주목한 이유) 을 통해 얻은 깊은 감동을 나누고 싶어 못견뎌 했던 것처럼, 아내도 그런 책을 만나게 되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기쁨을 나눌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가치있고 좋은 것일수록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종종 괜찮다 싶은 책을 추천만 해주었지 책을 읽으라는 식의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마치 푸름이 교육처럼 믿고 기다리기로 작정했던 셈이다.

이번 책도 그저 너무 좋다고만 이야기 했었는데, 현재의 어려움을 해소해 줄만한 책이라 여겼던지 먼저 이런 얘기를 해주니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 고백 이후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진 않은 듯 보이지만 (^^;) 책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준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앞으로 아이가 커 가면서, 삶의 여유를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갈 우리 가족의 독서 경험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푸름이 교육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주든, 놀이를 주든, 자연을 주든 그 바탕에 언제나 배려 깊은 사랑이 있습니다…. 배려 깊은 사랑은 ‘아이가 갖고 태어난 무한계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부모가 따뜻한 눈빛으로 도와주고 보살펴 주려고 깊이 마음을 쓰는 사랑’ 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배려 깊은 사랑은 아이가 통제와 제한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온전한 사랑 안에서 스스로 깨우쳐 가도록 도와줍니다.
pp. 24 – 5


※ 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서평의 내용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 표지 이미지 출처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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