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증 (공포증, 히스테리, 강박증) 의 원인과 예방, 『100년의 힐링파워』, 장 다비드 나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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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로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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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나지오박사가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법과 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저자가 놀라울 정도로 쉽게 설명한 다양한 증상들과 추가적인 고민들을 함께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신경증

신경증의 핵심 원인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강렬한 자극으로 인한 외상 (트라우마)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극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지을 수 있는데 ① 신체적, 정신적 폭력 또는 ② 성적인 유혹이다. 사실 관련된 설명을 접할 때면 어린 아이를 유혹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인가 어리둥절 할 때가 많았는데, 저자는 이 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프로이트는 모든 신경증의 핵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보았다는 점이에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동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내면의 트라우마지요. 특히 예민한 3-6세의 여아 혹은 남아는, 부모 중 한 명이 자신에게 하는 너무 육감적인 어루만지기나 가혹한 다루기를 트라우마로 경험할 수 있어요. 오이디푸스기에 이렇게 과한 사랑을 받은 아동은 지나치게 육감적인 어루만짐이나 부모의 가혹한 처벌 또는 금지를 마치 트라우마의 고통처럼 경험한다는 것이죠.
pp. 89 – 90

폭력이든, 사랑이든 아이의 입장에서 자극이 지나칠 경우 아이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시작한다. 감당하기 힘든 충격, 고통스러운 감정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게 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를 외면하는 것이다. 고통의 정도가 강할수록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 또한 극단적이 될 수 있으며, 내면을 지배하는 영역도 넓어져 유사한 자극만 주어져도 그 때의 감정을 곧바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런 상황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세상을 더욱 예민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신경증은 바로 이런 억압의 결과인 것이다.

억압은, 과거 경험이 고통스러운 한, 그것을 잊어버리려고 하는 무의식적이고도 악착같은 의지예요. 고통스러운 과거를 땅에 묻으려는 이 악착같음이 그걸 병리의 근원이 되게 만들지요. 프로이트는 신경증을 무엇보다 방어의 병리로 보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병의 원인은 바로 과거 고통을 잊으려는, 고통이 다시 기억으로 떠오르는 걸 막으려고 하는 그 악착같은 의지라는 것이죠.
p. 85

이처럼 강렬한 자극의 결과인 신경증은 증상의 유형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 역시 매우 간단 명료하다. 저자는 공포증은 버려짐(유기)을 통해서, 히스테리는 과도한 성적 자극을 통해서, 강박증은 학대나 모멸감을 통해 형성된다고 이야기 한다.

1.1. 공포증

우리는 버림받은 아이가 갖게 될 감정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다.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사랑해주던 대상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을 때의 고통을 말이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이런 외상적 사건은, 결핍의 크기만큼 강렬하게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 믿는) 대상에게 집착하도록 만든다. 버려짐으로 인해 불안에 떠는 취약한 존재라는 부정적 자기 인식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지 못하도록 가둬 두려는 (함입) 욕망과 환상을 갖게 된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2. 히스테리

히스테리는 아이에 대한 과도한 성적 자극에서 비롯되는 증상으로 고통스러운 쾌락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감정의 양가성 (좋기도, 나쁘기도 한 쾌락) 이 대상 또한 비슷한 불만족 상태에 두려는 욕망과 환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과도하게 흥분시키거나 좌절시키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도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잃어버린 사랑을 왜곡해서 요구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1.3. 강박증

강박증은 이전 글에서도 몇 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 주로 라캉주의 학자들의 설명을 접했던 터라 저자의 간결한 설명이 한층 인상 깊게 와 닿는 면이 있었다. 강박증을 일으킨 (억압된) 외상 사건은 학대나 모멸감이다. 즉, 비하나 멸시, 천대 등 인격이 짓밟히는 경험의 누적을 통해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의 욕망과 환상이란 대상을 굴복시키거나 예속시켜 노예화하는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주어진 요구를 멈출만한 강력한 힘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예로 든 다양한 사례 중에는 밤마다 창문 손잡이를 깨는 강박증 환자가 등장한다. 환자는 밤마다 창문이 완벽히 닫혔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게 닫는데, 너무 힘을 주다보니 창문 손잡이를 번번히 깨뜨렸다고 한다. 이 때 저자는 일어나 벽의 액자를 바라보고 창문을 닫는 시늉을 하면서 이렇게 닫았느냐고 물었고, 환자는 등을 보이면 뒤에서 누가 칼로 찌를까 두려워 옆에 서서 닫는다고 알려주었다. (따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저자만의 해석 노하우인 ‘제스처를 통한 해석’ 사례이다.) 그 때 집에는 2층에서 주무시는 어머니밖에 없는데 어떻게 칼에 찔리느냐고 물으니 묵묵부답인 환자를 보며 함께 침묵한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대상인 어머니가 동시에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신경증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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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 별 특성, 출처 : 직접 작성)

살펴본 것처럼 신경증은 아이 입장에서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음을 증언한다. 물론 애초에 완벽한 사랑이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얼마간 신경증적 경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크든 작든 외상을 겪지 않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경증을 치료 가능하다고 본 프로이트와 달리 라캉은 (항구적) 구조의 문제로 바라본다. 저자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이해되지 않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을 통해 환상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를 관통함으로써 (환상 가로지르기) 환상과 ‘동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차츰 회기가 쌓이면서 내담자가 자신의 존재 전부를 지배하고 있는 이러한 무의식적인 환상, 즉 자신은 약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있고 형편없다고 믿게 함으로써 한없이 보호와 사랑과 불가능한 칭찬을 갈구하게 만드는 이런 도착적인 무의식적 환상에 자신이 사로잡혀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되면, 또 자신의 환상과 자신의 고삐풀린 이상에 대해서 의식하게 되면, 이러한 환상은 그 독성을 잃게 됩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힘은 잃었어도 그 환상은 내담자 안에서 계속 남아서 그의 성격을 형성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환상은 더 이상 해롭지 않아요. 환상의 덫에서 해방된 내담자는 이제 자기에 대해서나 남들에 대해 또 삶 전반에 대해서 평온하고 평안한 자세를 갖게 되니까요.
pp. 120 – 121

2. 우울증

우울증은 엄밀한 의미에서 신경증은 아니다. 하지만 신경증적 증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오늘날 무엇보다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증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깊이 있게 다루진 못하겠지만, 저자는 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덧붙인다. 우울증의 본질은 증오라고 말이다. 표면적으로 슬픔에 압도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지독한 실망으로 인한 증오를 억압한 끝에 다다르는 것이 우울증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해서 저자는 인턴 시절 우울증에 빠진 할머니들을 관찰하면서 깨닫게 된 점을 담담하게 회상한다.

우울한… 할머니들이 대부분 원한을 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들은 침울하고 슬픈 모습이었는데, 그 슬픔은 지독히도 뼈저린 것이었어요…. 이후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임상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저도 우울증의 본질이 증오라는 중대한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리고 내담자의 절망 밑에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증오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핵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pp. 24 – 25

3. 증상화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다양한 증상들은 이해될 수 없었던 외상적 사건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신적 방어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상적 사건은 반드시 일련의 증상들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걸까? 어찌보면 사후약방문 격인 이런 증상이 고착화 되기 전에 이를 지혜롭게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아는 것도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된 내용은 뜻밖에도 이전에 리뷰했던 책 『유대인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에서 좋은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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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립공원의 야경은 이런 모습일까? (출처 : Unsplash)

저자의 자녀가 다녔던 유치원 원장 가족은 국립공원 내 사막지역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평소 인적이 많은 곳이라 야생동물들이 나타나지 않는 곳이었는데, 느닷없이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두 돌 반이 지난 어린 딸의 목 뒷덜미를 무는 사고를 겪게 된다. 천만다행으로 깊게 물리지 않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누가 봐도 아이가 동물에 대한 공포증을 앓을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멘토 (?) 답게 범상치 않은 대처로 아이가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들이 야생 환경에 들어간 것이고,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해도 이번 일처럼 운이 나빠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이는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아이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왔다는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늑대와 여우> 동화책을 갖고 연극을 하려고 할 때 아이가 보여줬던 태도는 이런 대화의 효과를 분명히 보여준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맡고 싶은 역할을 묻자, 우리 애가 손을 번쩍 들더니 늑대를 맡겠다고 했대요. 아이가 차츰 두려움에서 벗어나 늑대를 이해하기 시작한 거죠. 그동안 늑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아이의 심리를 이해해야죠. 딸에게 사건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고 어떤 결과가 되었는지를 알려줘야만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우웨이닝, 『유대인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 pp. 190 – 191

원장의 설명은 그가 얼마나 우리의 내면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증상이 이해되지 않은 상태로 머물러 고착화 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이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외상으로 인한 내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분석가적 동일시의 태도라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아이가 겪고 있는 ①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함과 동시에, ②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켜주는 언어를 부여하는 것, 즉 여기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말이다.


* 표지 이미지 출처 : Pexels
* 본문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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