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을 언어처럼 구조화 한 라깡 이론의 형성 배경, 『라깡 세미나·에크리 독해I』, 조엘 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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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잘 정리해 꼭 소개하고 싶었던 그런 책이다. 현대 인문지성을 꿰뚫는 라깡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텍스트로 직접 뛰어들어가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이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되지 못했다. 이미 번역된 세미나 (라깡의 정신분석 강의) 책과 그의 저작인 『에크리』를 읽어봐도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어려운 수사적 표현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든 내용이 그의 이론을 ‘안다’는 전제 하에 전달되고 있어 배경지식이 사실상 전무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마치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많은 서구 정신분석, 철학자들의 중요한 참조점인 그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절실했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건 그런 갈증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였다. 이미 절판된 아난케 출판사의 책들을 찾아보던 중 제목과 저자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조엘 도르의 책은 이미 『프로이트 · 라깡 정신분석 임상』 [1] 을 매우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기꺼이 정가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들여 중고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애초부터 라깡 입문서로 기획(원제를 직역하면 ‘라깡독해 입문’이라고 한다)된 것으로 그의 이론 뿐 아니라 이론의 형성 배경까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이론 자체의 어려움 뿐 아니라 직계 제자인 저자의 글 솜씨 또한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게다가 이론에 대한 설명은 총 3부에 걸쳐 진행되는데, 불과 30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내용의 풍성함은 글을 나눠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끌어 주었다. 그 첫 번째 순서인 이번 글은 라깡이 ‘프로이트로의 복귀’를 외친 이유, 즉 그의 이론적 토대에 대한 소개이다. 다만 한 가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밝히고 싶은 것이 있다. 이 글은 동일한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서평이 아니다. 깊이있는 지식에 목마른 한 사람의 독자이자 학생으로서 배운 것에 대한 겸손한 고백이자 나눔일 뿐임을 먼저 언급하고 싶었다. 모쪼록 책에 대한 필자의 마음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라는 마음이다.

1. ‘프로이트로의 복귀’의 의미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내용은 3부 중 1부에 속하는 ‘언어학과 무의식의 형성물’로 라깡 이론의 기원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라깡의 핵심 명제는 ‘언어처럼 구조 지어진 무의식’으로 그의 모든 이론 작업의 근본이 되는 것[1]이다. 정신분석을 창시한 프로이트의 천재적 유산은 그가 「꿈의 해석」을 통해 밝혔듯 겉으로 드러난 의미(명백한 내용)가 아닌 감춰진 진짜 의미(잠재적 내용)를 밝히는 것에 있었다. 이는 ‘자유연상’, 말 그대로 마음가는 대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 (언어) 을 통해 환자 자신의 무의식적 요구(전이)를 드러낼 때에만 가능한 것이었다. 즉, ‘프로이트로의 복귀’란 철저히 ‘지금 이 순간의 전이 분석’을 통해서만 정신분석이 가능한 것이라고 하는 문제해결 방법으로의 회귀인 것이다. 전이 분석, 즉 환자가 말을 통해 요구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깡의 유산인 환자의 말을 형성하는 언어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언어처럼 구조 지어진 무의식’이라는 그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우리를 구조주의와 언어학에 대한 기초지식으로 이끌어 가게 된다.

1.1. 꿈 작업에서의 압축과 전치

정형화 된 꿈 해석만 존재했던 19세기 말, 내용이 같더라도 꿈을 꾼 사람에 따라 그것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은 프로이트의 혁신적인 공헌이었다. 이후 라깡은 이러한 꿈 작업의 두 가지 메커니즘인 압축과 전치를 소쉬르의 언어학을 통해 재해석하게 된다. 잠재적으로 중요했던 내용을 꿈에서는(명시적으로는) 모호하게 만드는 ‘전치 과정‘을 위해서는 가치와 의미의 역전을 위한 ‘압축 작업‘(생략, 융합, 중첩 등을 통한)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편으로는 높은 심리적 가치를 가진 요소들을 제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층결정을 통해 덜 중요한 요소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심리적 능력이 꿈의 작업 속에 등장한다 – 그리하여 덜 중요한 요소들이 꿈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 이로써 우리는 [명백한] 꿈 내용과 [잠재적] 꿈 사고 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꿈이 형성될 때 다양한 요소들의 심리적 강도들(intensités)의 전이(transfert)와 전치가 발생한다. 이 과정은 꿈의 본질적 부분이다. 이 과정을 전치의 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 – S. Freud, 『꿈의 해석』,op. cit., pp. 265-66, 또한 6장,pp. 263-67 참조.
p. 35 에서 재인용.

다시 말해 심리적으로 위협이 되는 내용은 이를 감당할 수 있을만한 수준으로 변환해야만 비로소 꿈으로 드러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처리 작업이 바로 압축과 전치인 것이다. 이처럼 꿈 작업의 해명을 통해 무의식의 형성 과정을 밝혔던 프로이트의 이론은 라깡의 구조주의 언어학을 참조할 때에만 그 가치를 더할 수 있게 된다.

1.2. 구조주의

구조는 체계로서의 법칙들(요소들의 특성과는 대조적으로)을 포함하는 [변형의 체계이다], 그리고 변형 작용을 통해 보존되고 풍부해지는 변형의 체계이다. 이 변형은 체계의 경계를 넘어가지 않으며 외부적 요소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하나의 구조는 세 가지 특성, 즉 총체성, 변형, 자기조절을 포함한다. – J. Piaget, 『구조주의(Le Structuralisme)』,끄세쥬(Que sais-je?) 시리즈,Paris: PUF, 1970, pp. 6-7.
p. 41 에서 재인용.

저자와 피아제의 설명을 통해 필자가 이해한 ‘구조’는 포괄적 범주 내에서 요소들간의 관계를 지배하는 법칙(포괄적 일반화)을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유리수 집합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 내적 법칙 : 집합 두 원소 합성 결과는 그 집합의 한 원소를 구성해야 한다. (ex. 1 + 2 = 3)
  • 결합 법칙 : 여러 원소의 합성은 순서와 상관없이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ex. 1 x 2 = 2 x 1)
  • 중성 원소는 집합 내 어떤 원소와 합성되더라도 원소와 동일한 값을 산출한다. (ex. 곱셈의 1, 덧셈의 0)
  • 대칭적 원소와 합성되면 중립적 원소를 산출한다. (ex. 1 -1 = 0)

라깡이 정신분석에 도입한 이러한 구조의 개념은 앞으로 설명하게 될 욕망의 다양한 도식화를 가능하게 했다. 라깡주의 정신분석 학자들의 글을 보면 ‘증상이 아닌 구조를 보라’는 조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증상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병리적 해석을 벗어나 이를 있게 한 상호작용(가족 및 주요 인물과의 관계성)을 통해서만 온전한 해석이 가능함을 이야기 하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점, 또는 사물들 사이에 존재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은폐된 관계(약한 구조를 포괄한 강한 구조)를 드러낸 이러한 구조주의는 이후 다양한 학문 분과를 통합적으로 재해석하는 혁신적인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1.3. 구조주의 언어학

그 중의 하나인 언어학에서의 구조주의적 관점은 공시적 차원의 도입과 더불어 등장하게 된다. 즉 단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만 바라보는 기존의 통시적 관점(역사적 관점)은 언어의 체계에 의존하게 돼 순수한 현재적 의미를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어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 방법은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언어적 통일성)이지만, 소쉬르는 개념(기의)을 청각 이미지(기표)와 결합시키는 언어적 기호를 내세워 소리에 대한 심리적 각인(표상)의 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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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스캔, p. 48>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의에 대한 기표의 자율성이라는 중요한 특징[2]이다. 이는 기표와 기의가 서로 고정된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뜻으로 기존의 단어를 압축 또는 전치시킨 신조어, 또는 말실수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설어에서의 결합 과정은 임의적이지만 즉흥적(extemporané)이다. 주체도 모르는 사이에 기호가 나타나며,따라서 우리는 주체가 자신의 언어 발명의 산물에 의해 환각에 사로잡혔다고 말할 수 있다. 기표와 기의의 결합은 주체[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므로 주체 자신도 종종 매우 놀랄 수밖에 없다.
p. 52

다른 장에서 소개된 예시지만 가족장자[Familionnaire]라고 표현된 단어가 있다. 이는 서로 유사한 단어인 친근한[Familiere]과 백만장자[Milionnaire]가 은연 중에 합쳐진 환자의 말실수였는데, 분석가는 이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 속에 있는 환자의 무의식적 욕망을 탐지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기표에 대한 기의의 관계를 나타내는 기호의 도입은 환자의 어떠한 표현도 허투로 여기지 않겠다는 프로이트의 진지한 열정과 언어학을 통해 이를 구조적으로 밝혀낸 라깡으로 인해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한편 이 같은 기표와 기의가 기호의 형태를 드러냈다면, 그것이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구성됨 – 분석 가능함 – 을 밝힌 것은 소쉬르의 또 하나의 근본적인 혁신이었다.

말한다는 것은 동시적으로 두 계열의 작용을 실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편으로는 어휘[의 총체] 속에서 일정 수의 언어 단위들을 선택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택된 언어 단위를 서로 조합하는 것이다. 언어[언어행위, langage]의 구분은 선택과 결합이라는 두 방향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다.
p. 56

언어적 체계인 랑그[3]의 틀 안에서 선택된 단어는 서로 조합되어 다양한 의미로 표현된다(말해진다). 즉, 담화는 선택이라는 축(범열축)과 조합이라는 축(통사축)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무의식의 이해를 위한 라깡적 주춧돌인 은유와 환유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담화의 전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의미론적 계열을 따라 이루어진다. 어떤 한 주제는 유사성에 의해서 혹은 인접성에 의해서 다른 주제를 도입한다. 첫 번째 경우에 대한 가장 좋은 예는 은유 과정이고 두 번째 경우는 환유 과정이다. 전자는 은유에서 후자는 환유에서 가장 압축된 표현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 R. Jakobson,『일반언어학 논집』, op. cit., p. 61.
p. 58 에서 재인용.

2. 은유, 환유 그리고 기표의 우위

오랫동안 환자에 의해 표현됐지만 이해될 수 없었던 진실은 프로이트를 통해 비로소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다른 학문 분과와 통합한 라깡을 통해 체계화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프로이트가 발견한 꿈 작업 과정인 전치와 압축은 언어학에서의 선택과 조합으로, 그리고 라깡의 은유와 환유로 재해석 된다. 특히나 감추어진 무의식을 알기 위해서는 정신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알아야만 하는데 라깡의 은유와 환유는 이를 도식화하는데 성공한 매우 중요한 융합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사유 방식은 실제로 정신분적의 주요 탐구 분야인 신경증, 정신병 등의 증상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망상증은 기표가 조금씩 기의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기표가 점진적으로 침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망상증은 기표의 대체인 ‘은유’ 작용을 통해 잠재된 의도(기의)가 의식의 수준(기표)에서 점차적으로 희미해지는 것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차원의 해법을 고민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드러난 표현을 중심에 두고 환자를 이해하고자 했던 프로이트를 통해 ‘기의에 대한 기표의 우위’를 발견한 것 또한 프로이트로의 복귀가 갖는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다. 기표와 기의를 설명한 앞선 도표를 보면 기표가 대문자 ‘S’로 표시되어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은유와 환유 작업으로 인해 내면의 진실은 끊임없이 대체되어 드러나는데 이를 달리 말하면 기표의 바뀜(대체)을 의미한다. 사실 생각해 보면 늘 변화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기표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기의가 그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단서는 언제나 기표 뿐으로, 기표의 가르침이 없이는 기의의 영역으로 한 발짝도 들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한계이다. 더불어 무한대의 선택과 조합 가능성을 갖고 있는 기표의 자율성 또한 기의에 대한 상대적 우위를 증명해 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분석에서 전면에 놓는 것은 기의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확실히 더 유혹적이고 무엇보다도 정신분석의 상징 탐구에 적절한 차원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표의 원초적인 매개 역할을 알지 못한다면, 그리고 실제로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요소가 기표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신경증 현상의 근원적 이해,꿈 해석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신병에서 발생하는 일을 절대로 이해 못하게 될 것이다…. 구조화, 기표장치 전체의 어휘적 존재(existence lexicale)는 신경증 속에 현존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기표는 사라진 기의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표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프로이트의 발견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 이외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 J. Lacan,『세미나 3권: 정신병』, 1956년 5월 2일 세미나,op. cit.,pp. 250 – 251.
p. 71 에서 재인용.

2.1. 은유적 과정

은유는 유사성에 근거해 용어를 대체하는 형식으로, 저자에 따르면 공시적 축(범열축 – 선택)을 통한 어휘의 풍부화 과정이다.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의 이름으로 지칭하므로 라깡은 이를 기표의 대체로 정식화 한다. 소쉬르의 언어적 기호의 논리를 따라 정신분석이라는 단어가 페스트로 대체되는 과정을 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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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스캔, p. 73>

페스트라는 기표(S2)에 정신분석이라는 기호가(S1/s1) 기의로써 작용하며 본래의 페스트의 의미(s2)는 추방되어 분석 과정을 통해서만 그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랑그가 말을 지배하는 조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기표 사슬이 기의의 총체를 지배하며, 기의들은 기표 그물을 통해 자신의 일관성(의미)을 이끌어낸다고 말이다.

2.2. 환유적 과정

환유는 이름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명칭의 전이, 즉 두 용어가 완전히 교체된 은유와 달리 연결성을 갖고 있는 두 용어가 혼재되어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정신분석은 소파 위에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정신분석을 한다’는 표현이 ‘소파를 갖는다’는 표현으로 변화된 모양이다. 하지만 두 단어 (분석, 소파) 사이에는 분석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는 동일한 의미, 즉 부분으로 전체를 표현하는, 또는 대상에 대한 재료의 관계를 추정해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아래 도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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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스캔, p. 79>

소파(S2)라는 단어에 여전히 분석(S1)이 분리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채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라깡은 이러한 은유와 환유 도식을 다음과 같이 공식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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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스캔, p. 80>

위 공식은 은유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기서 (+)는 분리선을 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로운 의미가 출현하기 위한 기호의 가치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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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스캔, p. 82>

한편 환유에서의 (-)는 분리선이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기의에 대한 기표 관계에서 의미화에 저항하고 있다는 뜻인데, 우리는 언제나 결과보다 과정을 이해하기 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은유를 대체가 완료된 결과라고 본다면, 환유는 아직 대체의 과정 속에 머무르고 있는 중간단계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명백한 무의미로 드러나는 (‘소파를 갖는다’는 말 자체로 어떻게 ‘분석하는 상황’을 알 수 있을까?) 환유적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사고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처럼 은유와 환유의 놀라운 공식화는 이후 프로이트의 꿈 과정(은유로서의 압축, 환유로서의 전치)과 은유-환유의 복합물인 농담, 그리고 은유로서의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의식의 결과물들을 새롭게 해석하는데 핵심적으로 활용되게 된다.

3. 1부 공유를 마치며

뛰어난 현대 학자들의 글을 통해 접하게 된 라깡은 언제나 미지의 인물이었다. 그의 표현에 매료됐으면서도 그 의미를 온전히 알지 못했다는게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성장을 향한 갈급함이 결국 이 책을 만나게 해주었다. 앞서 설명한 내용은 이 책의 1부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아버지의 은유, 욕망의 도식화 등 본론으로는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고, 심지어 책의 3부도 2권 중 1권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다만 너무나도 아쉬운 것은 2권은 번역 중에 중단됐는지 출간이 되지 않아 당장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 언젠가 실력을 쌓아 영어 번역본을 통해서라도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번역된 책도 읽을게 너무나 많아 마음이 동하진 않는 상태지만 언젠가 찾아올 갈급함을 마주하게 됐을 때 이를 놓치지 않고 꼭 도전해보고 싶다.
문득 이 책을 모두 정리하고 글로 풀어낸 후 라깡을 다시 마주할 때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그의 한 단어, 한 문장을 접할 때마다 새롭게 이해될 명료함이 주는 기쁨이,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를 늘 기대하는 것이 글쓰기를 강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꼭 이러한 대의가 아니어도 괜찮다. 글쓰기가 주는, 읽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해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

라깡의 정신분석 저작에 입문한다는 것은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지어 있다는 명제의 의미와 귀결을 근거 짓는 것이 무엇인지 적절하게 밝히는 것이다.
p. 26

[2] 기호의 특성들. pp. 49 – 541. 기호의 자의성 : 기표가 기의와 관련해 특정한 동기, 또는 자연적 관계를 갖지 않는다.2. 기호의 불변성 : 선택된 기표는 언어 공동체(말하는 대중 – 소쉬르)에 강요된다. (랑그에 대한 예속)3. 기호의 가변성 : 언어적 기호는 시간 속에서 영속하며 변화된다. {발음(기표)의 변화와 개념(기의)의 변화}
[3] 책에서 설명된 랑그의 다양한 정의들 : 랑그는 ‘언어적 기호’와 이를 ‘지배하는 법칙’으로 이루어진 ‘구조’이다.

랑그가 구조지어 있는 것은 랑그가 주어진 요소들의 총체, 즉 기호들에 이미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단지 언어적 기호만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구조적 체계를 가질 수 없다. 우리는 어휘만을 갖게 될 것이다. 랑그는 구조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요소들 이외에도 그 요소들을 지배하는 법칙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p. 55

랑그 = 언어 – 말[하기], p. 48랑그는 다양한 요소들의 구별 / 대립 체계이다., p. 64

랑그는 한 장의 종이와 비교될 수 있다. 사상[사고, pensée]은 종이의 앞면이고 소리는 뒷면이다. 우리는 뒷면을 자르지 않고는 앞면을 자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랑그에서도 사상에서 소리를, 소리에서 사상을 분리할 수 없다. – F. de Saussure, op. cit., p. 157.
p. 64 에서 재인용.

* 이미지 출처 : lacancir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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