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져 가장 어리석게 된 시대에 던지는 의미있는 메시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계신 썸원님 글을 보고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 글로 남기게 되었다. 대니얼 코일의 <탤런트 코드> 라는 책을 요약해서 공유해 주신 내용인데 일부만 인용해 본다.
블롬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른바 평균 수준의 생애 첫 교사들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아주 친절하고 다정한 분이었어요”, “어린이를 좋아하고 정말 다정하셨어요. 저도 그분을 좋아했어요”, “인내심이 무한한 분이었고, 심하게 밀어붙이지 않았어요”
(실력은 평범했을지 몰라도) 이 사람들은 (절대) 평범한 교사가 아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사랑’을 가르쳤다. 이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학생들의 열정에) 점화를 일으키고, 그 불꽃이 계속 타오르도록 유지하게 만들었다.
(이를 분석한) 블룸 연구 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배움의 첫 단계에서 이런 식의 가르침, (즉 사랑을 배운)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흥미를 느끼고 (그것에) 사로잡혀서 열중하게 됩니다. 그 후, 학생들은 더 많은 정보와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게 되고, 그러한 것들이 필요한 수준으로 발전합니다”
Somewon Yoon 페이스북 글 일부 발췌 (전체 내용은 링크 참고) [1]
삶의 많은 부분들이 숫자로 정제되고 분석 대상이 될수록 하나의 전체로서의 실존은 환원 불가능한 유기성을 잃어버린 채 수많은 조각들로 파편화 된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성적에서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 강박이, 심지어 배우자와 자녀를 갖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정교하게 계산된 삶이라는 것은 수 많은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듯 보여 우리를 안심시킨다. 하지만 이렇게 한쪽으로만 과도하게 치우친 가치 판단은 스스로를 온전히 내어 던짐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적절한 해석과 반응 능력, 줄여서 생존력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예측 불가능한 실재의 침입이 높아지는 오늘날, 오히려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어리석게 될 위험을 덩달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 해 0.808이라고 하는 세계에서 유례 없는 출산율일 것이고 말이다.
썸원님의 글은 삶을 다채롭게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상 깊게 다가왔다. 우리의 첫 출발이 어떠해야 하는지, 서로가 완벽한 존재로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애정과 보살핌 속에서, 그리고 이를 통한 즐거움이 동기로써 작용하여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준 것이다. 우리가 이런 믿음을 받아들인다면 삶의 엔진을 분해시켜 더 나은 방법을 고심하던 것에서 한 발 물러나, 각자의 배기량에 맞게 그저 엔진을 작동시켜 세상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먼저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분석은 더할 나위 없이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도 남자와 여자가 있듯, 우리 사고도 한쪽만 지나치게 우세할 경우, 위기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싶었다.
아이에게 ‘공부는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우리가 사용했던 방법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세대도 그렇지만 평생 배움은 다음 세대에 있어서도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배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 자체가 너무 즐거운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책을 통한 기쁨과 삶의 변화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이것을 아이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접하게 된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의 결과 (책을 많이 읽는 아이와 어렸을 때 부모가 책을 읽어준 빈도수가 정확히 상응한다는 결과가 포함된) 는 아이와 잠자리 독서를 하는 결심을 하게 해주었고 7살이 지나가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 참고글 : 어른들의 즐거움을 앗아간 독서라는 의무) 물론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어디서나 책만 찾는 아이로 자라지 않았고, 그래도 직접 읽고 싶은 마음은 들었던지 한글과 숫자를 혼자 떼고 종종 홀로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알려준 것은 그저 ‘책 읽는 것은 즐거운 거야’라는 상징 뿐이었고 말이다.
동기의 본질을 다정함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이미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물론 분별 없는 요구가 갈등을 심화시키는 문제를 낳고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갈수록 숫자에 함몰될 시대를 넉넉히 덮어내는 사랑의 온기가 우리의 강박을 눈녹듯 녹여낼 수 있음을 믿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그렇게 갈수록 절망으로 향하고 있는 이 나라에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1] Somewon Yoon, <코치와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건 ‘따뜻한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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