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어떻게 죽을 것인가』 결론
1. 노쇠해지더라도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병원과 요양원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 무엇보다 노인 스스로 책임감을 느낄만한 대상이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 임종에 가까워질수록 의료진, 가족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불안을 감당하고, 삶을 유지할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한국 인구 구조의 변화
1. 한국인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73.1세, 기대수명은 83.6세로 임종까지 약 10년 동안 의존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2.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 에 진입해 그 비율이 2033년에는 28.1% (1,430만 명), 43년에는 36.1% (1,780만 명) 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3. 생산가능인구 (15-64세) 대비 고령인구 비율 (부양비) 도 현재 26명, 10년 뒤 44명, 20년 뒤 66명, 30년 뒤에는 8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예상 비용
1. 인구 고령화로 경제 성장률과 세입이 감소하는 반면 보건복지 지출은 급증하게 되면서 각종 세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가세,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등)
2. 지난 2005년 ~ 2019년까지 50세 이상 부부의 생활비는 연평균 4.2%씩 상승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2.1% 대비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3. 4.2%의 상승률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생활비는 10년마다 1.5배씩 늘어나게 된다.
① 현재 300만원 수준인 생활비는 450만원, 680만원으로 증가한다.
② 10년 기간으로 합산 시 2024 ~ 2033년까지 4억 5,000만원, 2034 ~ 2043년까지 6억 8,500만원, 2044 ~ 2053년까지 10억원 (그 이후 10년은 15억원) 으로 증가한다 (20년 뒤 은퇴해서 20년을 산다면 25억원이 필요하다는 뜻. 60세 이후 생활비 10%씩 감소 감안하면 21억).
③ 급여로 이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아야 한다. (현재 13.4% 인 세율은 20년 뒤 32.3%로 증가 예상) 2023년 4,200만원 (300만원), 2033년 6,800만원 (450만원), 2043년 1억 2,000만원 (680만원) 을 받아야 생활비 감당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기본 대비 방안
1. 부모님 자산, 현재 지출 기준으로 추가 비용 산출
2. 질병 상황 대비
① 매년 건강검진
② 부모님 보험 파악
③ 간병보험 준비
이번 글에서는 지난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내용 정리에 이어,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고자 한다. 사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에 1~2년도 아니고 무려 10년, 20년 뒤를 예상해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최대한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다면, 앞으로 무엇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를 염두하면서 하루 하루를 채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넘어가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진 않은 것 같아서다.
필자처럼 40대를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앞으로 10년 후부터 연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부모님의 부양 문제가 현실화 되고, 늘어가는 자녀의 교육비와 본인의 은퇴, 그리고 고령 인구로의 진입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연히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만 생각해 왔던 것에서, 이제는 ‘최소한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다’고 알아두는 것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도생 사회에, 정말이지 그 어떤 기대도 하기 어려운 몹쓸 지도자들을 모시고 있는 현실 탓에 더더욱. 따라서 부족하게나마 여러 자료들을 참고해 미래의 인구 구조와 사회적 비용, 대응방안 등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미래 비용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대안 정리까지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분석 내용만으로도 분량이 너무 늘어나 나눠서 쓰는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결과를 확인하고 괜한 짓을 했나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피할 수는 없는 문제고, 방법을 찾을 시간이 있을 때 알게되어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 노인에게 꼭 필요한 것 : 책의 결론 리마인드
먼저 책의 핵심 내용을 토대로 생의 마지막 시점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간단히 짚어보자.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 가지를 꼽아보면 자율성과 책임감,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① 인간이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주체성을 결코 포기하지 못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타자는 이를 충분히 존중해줘야 한다). 아무리 거동이 불편하다 해도 삶의 결정권을 이양한 후부터 깊은 무력감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의료 비용 증가와 수명 단축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요양원 사례처럼 말이다.
② 하지만 신체가 불편해도 요양원에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 노인들을 위한 ‘어시스티드 리빙’ 등 반드시 새로운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병약한 배우자, 또는 동물들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 그렇게 스스로에게 부여한 책임감이 삶의 이유와 생의 의지를 일깨워 준다는 점도 분명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③ 이 모든 과정에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생에 마침표를 찍는 상황의 특수성에 맞게 꼭 필요한 대화가 있다. ①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이해하면서 불안감을 감당할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② 가족과는 삶을 유지시킬 최소한의 조건 (연명치료를 포기할 조건) 을 아는 것이 그것이다.
2. 부모님이 쇠약해지는 시점은 대략 언제쯤일까?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21년 현재 83.6세 (남자 80.6, 여자 86.6세) [1] 라고 한다. 건강수명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 은 그보다 10년 가량 적은 73.1세 (남자 71.3, 여자 74.7) [2] 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기대수명 – 건강수명‘이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게 많은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독일인 10.8세, 인도인 10.7세, 가봉인 9세 등 나라의 경제 발전 정도, 의료 체계 수준과 크게 관계 없이 생애말 10년 가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가지 이상의 질병 또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양가 부모님들의 건강수명 연한을 한 번 살펴봤다. 짧게는 5년에서 최대 12년까지의 시차가 있었다. 물론 정말 감사하게도 모두 목적의식을 갖고 사시는 분들이라 보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내실거라 믿고 있긴 하다 (특별한 경우긴 하지만 90세가 넘으신 아내의 외할머님은 휴대폰으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고, 화상통화도 할 줄 아신다. 자손들에게 손수 옷을 지어주시는 게 가장 큰 취미일 만큼 정정하시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평균을 기준으로 봤을 때 10년도 아니고 5년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문득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젊은 세대가 갈수록 더 많은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된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 도통 실감이 나지 않다보니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3.1. 인구 구조의 변화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 2020년에 정점을 찍고 자연감소 (사망자 > 출생자) 중이다.
연령별 인구 구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65세 이상인 노인 인구는 18.4%로 진작에 고령 사회로 진입했지만, 2년 뒤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8년 뒤에는 그 비율이 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UN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14% 이상이면 고령,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4]된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 이상의 구분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보다시피 팽이 모양의 끝 부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중인데, 올해는 0.78이었던 작년 합계출생률을 또다시 갱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와중에 앞으로 출생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 인상적인데, 제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위 표만 보면 생각보다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인구가 크게 줄어들지도 않았고, 생산연령인구 (15~64세) 비율도 63.9%로 여전히 높아 인구 부양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2043년에는 상황이 한층 더 심각해진다. 이 때가 되면 고령인구 비율이 36.1%를 넘게 되면서 길에서 마주치는 3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고령인구는 현재 940만에서 2033년 1,430만, 2043년 1,780만 명으로 대략 두 배 가량 증가 (840만 명) 하게 되며, 앞으로 20년 간 매해 80만 명 가량이 고령인구로 진입할 전망이다 (참고로 2022년에 태어난 아기는 25만 명에 불과하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양비의 증가다. 생산가능인구 (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가 현재 26명에서 2033년 44명으로, 2043년에는 66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필자도 포함될 2053년에는 우리 아이들 100명이 8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사실상 성인 한 명당 노인 한 명 꼴이다. 노인인구 부양비는 대략 30% 수준이 적절 (현재 수준) 하다고 하는데, [6] 과연 벌어들이는 돈에서 얼마를 써야 이들 인구를 부양할 수 있을까? 지금도 갈등 해결이 이렇게 안되는데, 그 때의 사회적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크게 염려가 되는 부분이다.
3.2. 사회적 비용의 증가 (feat. 더 작고 귀여워질 월급)
그렇다면 부양비용의 증가는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 될까? 역성장이 고려되지 않은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다음 세대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 나라 수입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보건복지 비용으로의 쏠림은 역으로 심화되면서, 다른 곳에 사용할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세금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안정된 가운데서 국민 전체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함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현실 유지조차도 버겁다는 것이다.
3.2.1. 정부의 예산 압박 심화
일단 정부 예산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보건복지 예산은 108조원으로 11% 증가 (고령화 관련 예산은 18% 증가) 해 전체 예산의 17%가 되었다.[7] 참고로 2022년 현재 고령인구 비율 29.1%로 10년 뒤 우리나라 고령화율과 비슷하게 될 일본의 고령자 복지 예산은 33% 수준[8]이라고 한다. 현 시점대비 대략 2배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처럼 보건복지 예산으로의 쏠림은 갈수록 심화될텐데, 세금이 덜 걷히는 건 심상찮은 수준이다. 당장 2023년 1분기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24조원이나 감소한 가운데 실질적 세수는 15조원이 감소,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60조원 (예산 대비 65조원) 이 부족할 전망이라고 한다 [9] (우리나라가 현재 14개월 연속 적자행진 중이라는 건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일단 국채 발행 (다음 세대에게 빚 떠넘김) 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나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차피 조삼모사다. 국채를 발행하든, 예산을 사용하지 않든, 증세를 하든 부족분에 대한 조치를 누군가는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2000~2015년 연평균 3.9%였던 경제 성장률은 2016~2025년 1.9%, 2026~2035년에는 0.4%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10]되는 가운데, 사회 유지를 위한 자금 압력은 갈수록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3.2.2. 피할 수 없는 증세
한편 건강 · 복지기금의 고갈 가속화는 이미 기정 사실화 된 문제다. 건강보험은 2028년, 국민연금은 2055년으로 수급 인구 급증으로 고갈 기간도 갈수록 단축되는 상황이라 이들 세금의 인상은 머잖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고, 그럼에도 부족한 세수는 부가세 현실화(?)로 대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① 부가가치세
주요 세금 항목 중 증세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것은 부가가치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1977년부터 50년 가까이 10%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게 OECD 평균 (19.3%) 의 절반 수준 (…) [11]이라고 한다. 다른 세목에서는 더 이상 올리기 어렵다고 하니 이 또한 적용 시기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② 건강보험료
앞서 언급한 건강보험료의 경우도 올해부터 7.09%로 상향됐지만, 매년 9%씩 증가하는 건강보험료 지출을 감당하긴 어려워 현재 8%인 상향 한도를 개정해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12]된다고 한다.
③ 국민연금
혜택도 못받는데 부담만 는다고 여겨지는 국민연금은 어떨까? 이미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 (그마저도 2018년 예상보다 2년 앞당겨진 것이라고 한다) 되는 상황에서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로 늘리는 기본안에는 합의한 상태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개선하지 않으면 기금이 바닥난 시점에서는 월 소득의 26.1%를 부담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14]이라고 (…). 그동안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거나 급여대체 비율을 낮추는 등 임기응변으로 대응해 왔지만 연금 수급 인구가 급증하는 시기가 도래한 이상,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오건호 위원장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사과해야 한다”라며 “베이비부머들이 국민연금 가입자 신분이던 때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올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수급자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료 인상을 더 늦출 순 없고, 그러다 보니 현재 가입자들 특히 청년 세대에 부담이 가중됐지만 만약 더 늦어지면 그다음 청년들에겐 더 큰 부담이 가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개인적으로는 보험료를 미리 인상했어야 했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적어도 연착륙 수준으로 풀어내지 못한 (아이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든) 책임을 훨씬 더 크게 묻고 싶다. ‘한세대살이’도 아니고, 문제해결보다는 그저 당장 손해를 덜 보는데 급급해 미뤄뒀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중이기 때문이다.
3.2.3. 인플레이션
맥락상 가장 마지막에 넣긴 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실질적으로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물가 상승‘이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과 금리 인상에 이르기까지 대외 환경에 취약한 우리나라가 최근들어 특히 고통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2005년에서 2019까지 50세 이상 인구의 적정 생활비는 연평균 4.2%씩 증가[15]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2.1%의 두 배 수준이다. 그나마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해서 이 정도지 활동량이 많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체감물가 상승은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급여 인상이 생활비 상승률을 감당하기도 버겁다 보니 외벌이에서 맞벌이, 투잡, N잡으로 내몰리는 것은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인 듯 싶기도 하다.
4.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필요할까?
그럼 이제 주요 조건들을 충분히 살펴봤으니 (드디어) 계산기를 두드려 볼 차례다. 앞서 설명한 적정 생활비 증가율 (4.2%) 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생활비는 10년마다 1.5배씩 증가하게 된다. 사실 이 가정조차도 보수적이라고 보는 것은, 아직 세계화가 유지되던 시점의 증가율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미 작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1%를 찍은 상황에서 그 두 배인 10%를 잡아도 모자라지만, 그렇게 되면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나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될 것이라 믿고 계산해 보았다.
현재 300만원 수준 (전국 평균 268만원, 서울 320만원) 으로 집계된 부부 생활비 (1인가구는 60%)[15]는 10년 후 450만원, 20년 후에는 680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를 연간으로 합산하면 2024년 ~ 2033년까지는 4억 5,000만원이, 2034년 ~ 2043년까지는 6억 8,5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심지어 필자가 61세가 되는 2044년 ~ 2053년에는 해당 비용이 1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후 10년간 생활비는 15억원이다). 물론 60세부터 생활비가 10%씩 감소한다고 하면 그 비용은 9억, 12억원으로 경감된다 (…). 20년 후 은퇴한 뒤 20년을 더 산다고 가정하면 무려 21억원이 필요한 것이다. 심지어 해당 금액은 질병 등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것이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의료 비용이 소비자물가 대비 3배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도 월 400만원 수준이던 간병비가 600만원으로 수준으로 상승[16]했다. 재정지원이 되지 않으니 간병 보험은 꼭 알아보도록 하자).
혹시나 해당 비용을 급여로 조달할 것을 (은퇴 시점 이후에도 일할 것) 기대한다면 그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인상될 세금이 세전 급여 수준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현재 생활비를 기준으로 13.4%인 급여대비 세금 비율은 20년 뒤 32.3%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제 제외, 근로소득세 현재 정책 유지 가정 시[17]). 2023년 현재 세후 300만원을 받아가려면 4,200만원의 연봉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4,560만원을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 : 9% → 15%, 건강보험 : 7.09% → 10%, 고용보험 : 1.8% → 2.8% 인상 가정). 여기에 생활비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어떻게 될까. 4,200만원 (월 300만원) 이던 연봉은 2033년 6,800만원 (월 450만원) 으로, 그리고 2043년에는 무려 1억 2,000만원 (월 680만원) 이 필요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연봉 인상 수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이미 찾고 있는 방법들, 즉 ①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② 가용한 투자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화폐가치 하락과 세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할 듯 싶다.
5. 각자도생 사회에서 살아남기
고령화와 경제 성장률 저하, 세율 증가 및 인플레이션은 모두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시장이 성숙할수록, 젊은 인구가 줄어들수록 경제 탄력성은 떨어지면서 세금 부담은 커지고 인플레이션에는 취약해 진다. 게다가 과거와 같은 세계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우리나라의 취약성은 갈수록 표면화 될 것이다. 물론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해결책을 찾아내며 변화할 발전 가능성을 배제한 결과란 뜻이다. 하지만 솔직히 별로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가치를 정치 (사익) 의 도구로 전락시켜 버린 사회 지도층을 보면서, 개개인만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동체가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왔을 때 서로 조율하려는 의지를 갖고, 때로는 양보하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마치 연골이 닳아 없어져 이제는 뼈끼리 부딪치는 다리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이런 다리에 근육마저 빠진다면, 그 몸은 과연 제대로 걸을 수, 아니 일어날 수라도 있을까?
여러가지로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10년 뒤로 돌아와 보자. 70대를 훌쩍 넘으신 양가 부모님들은 아마도 경제적 활동을 이어가시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용이 증가할 것을 알게 됐으니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당장 생각나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① 일단 부모님이 현재 갖고 계신 자산이 얼마나 되고, 생활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 미래 비용을 기준으로 한 달에 얼마 가량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추가 비용 마련을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② 동시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가족 전체의 경제적 위기로 확장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 매년 건강검진을 꼬박 꼬박 챙겨드리는 것은 기본이다.
- 부모님이 가입된 보험을 통해 어떤 경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더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미리 확인하고 미리 정리해 둔다.
- 시기에 맞춰 간병보험도 들어두어야 할 듯 싶다. 병원 예약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간병해야 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기에 여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미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각자도생 사회의 서글픈 민낯이지만, 살게된 이상 어떻게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몸부림 쳐 볼 것이다. 많은 분들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1] 국가지표체계, 기대수명
[2] 국가지표체계, 건강수명
[3] KOSIS, 인구 더보기
[4] 시사경제용어사전, 인구 고령화
[5] KOSIS, 인구상황판
[6] 시사IN, 당장 시급한 건 ‘저출산’보다 ‘고령화’
[7] 연합뉴스, 보건복지예산 100조 처음 넘었다, 전년대비 11.8% 증액
[8] 연합뉴스, 일본 금년도 예산 1천88조원 확정…10년 연속 최대치 경신
[9] 한겨레, 출범 1년만에 구멍뚫린 나라살림…부자감세 패착, 증세를 권고한다
[10] 한겨레, 일본보다 가파른 고령화…한국, 장기 저성장 갈림길 섰다
[11] 세정일보, 영원할 것 같은 부가가치세율…‘인상’과 ‘경감세율’ 도입 꿈틀
[12] 머니투데이, 이달부터 월급의 7.09%…계속 뛰는 건보료율
[13] 연합뉴스, 건강보험 내년부터 적자·28년엔 바닥…건보료 계속 오른다
[14] 중앙일보, 국민연금 보험료율 9%→15% 가닥, 소득보장서 갈렸다
[15]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후생활비 계산할 때 알아두면 좋을 ‘300의 법칙’
국민연금연구원의 <노후보장패널>에는 노후 생활비에 관한 많은 정보가 있다. 50세 이상의 중고령자 4,530가구를 표본으로 하며, 2005년부터 2년 마다 서베이를 실시하다 보니 시계열 자료가 확보되어 생활비의 추이를 알 수 있다. 현재 2019년 서베이(8차)까지 발표 했다.
[16] 조선일보, ‘침묵의 노후 암살자’ 인플레… 20년전 3억이던 노년준비자금, 지금은
[17] 생활비는 4.2%, 주요 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은 과거 인상률을 기준으로 선형식 증가를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근로소득세는 2023년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를 참고했다.
* 표지 이미지 출처 : Unsplash
수치로 보니 더욱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끼인 40대의 삶이 참 힘겹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두가 발 벗고 나서도 늦은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안일함의 정도가 많이 지나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다가올 충격이 크겠죠. 제 예상이 많이 틀리는 쪽으로 좋은 방안들이 계속해서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