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중인 오픈채팅방에서 ‘책임’과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 마침 우연히 보게되어 참여하게 되었는데, 작은 깨달음이 더해져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대화 1
A : 인간은 비겁하고 교활해서 남 욕하며 자신은 아닌듯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나 : 전 이 부분이 학습된 결과라고 봐요. 우리 사회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의 중요성을 잘 모르다보니 그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씁쓸한데요, 아이들을 교육할 때 특히 그런 문제가 많이 드러나죠. 공부의 책임을 부모가 짐으로써 아이들은 자신의 성장 결과를 오롯이 부모 탓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었거든요.
A : 님의 말씀은 책임의 부분이고 저의 말은 남을 욕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나는 깨끗하다 나는 바르다 여기는 인간의 비겁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나 : 책임이라는 것은 결국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내가 기여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될텐데요. 이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스스로를 올바르다 여기는 것에서 이러한 자기 책임에 대한 부정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까 예로 들었던 교육의 문제에 있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지지자의 역할을 했었다면 자신의 결과에 대해 그 책임을 온전히 인정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런 점에서 말씀주신 비겁함의 원인으로써의 책임감 학습의 중요성을 말씀 드렸던 거예요.
A : 님의 말씀 잘 보았습니다 공감합니다.
대화 2
B : 제가볼땐 여성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양쪽의 균형된 시각으로 바라볼때 진정한 양성평등 문화가 이뤄질거라 생각합니다. 여성이 중심이 된 모계사회도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을 버리지 않는다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끝없이 바뀌며 순환할거라 봅니다.
C : 범죄 피해자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가해자의 입장을 헤아려줘야 평등한 사회가 되나요? 양성평등이면 남성들도 노력을 해야죠. 페미니즘이 피해자의 입장과 시선이라고 단정짓고 거들떠보지 않는게 문제인것 같습니다만.
B : 상대의 견해를 비판을 위한 자기중심적인 논리군요. 저는 이 주제는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C : 네 저도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나 : 현대 정신분석의 핵심이 여기서 등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담자가 상담을 받을 때 상담자를 도발하는 ‘전이’를 드러낼 때 상담자는 힘들지만 이를 감당해 주어야만 합니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상담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이슈입니다. 무슨 의미냐면 현재 여성들이 피해의식으로 인한 분노를 쏟아낼 때 남성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먼저 이를 공감해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재미있죠. 남성들은 흔히 여성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것을 해결해주려는 성향이 있어 그저 공감을 원하는 여성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연애의 흔한 방정식과 맥이 통하는 부분이니 말이죠. 그것이 설령 여성 입장에서 점철되어 왜곡되어 있을지언정 바로잡는 것은 감정이 수용되고 난 이후, 즉 문제 상황에 대한 ‘애도’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입니다. 그 이후에 결국 책임의 문제가 다시금 불거질 수 있는 것이고 남성 위주의 사회를 만들었던 남성은 자신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져야만 하고, 여성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확대하거나 왜곡해서 이해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이 또한 있어야만 비로소 남성주의, 여성주의를 넘어선 온전한 휴머니즘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책임과 성장의 연관성에 대한 작은 깨달음
성장이란 모르는 것을 깨달아 이를 삶에 적용시킬 때 비로소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라고 쓰고 나라고 읽는다) 끊임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익숙한 것들 위주로 성장을 도모하려고 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하는 다소 극단적인 아인슈타인의 표현은 바로 이런 자세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간절히 성장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미지의 것에 대해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것 말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 그 중에서도 특별히 평행선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두 분이 이런 문제에 봉착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영역으로 선뜻 ‘넘어서지 않으려 하는’ 모습은 ‘소모적인 것’으로, 더 나아가 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의미 없는’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이 확장되게 되었다.
물론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성장에 대한 정언명령은 주체의 결단을 통해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질 수 있을만한 힘과 자유를 얻기 위해 성취를 통한 성장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작은 짐부터 스스로 짊어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텐데, 혼자서 무거운 것도 들어보고, 어려운 동작을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하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주체적인 성장을 위한 책임 이양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실 전혀 다른 맥락 속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하게 된 흔치 않은 경험이었는데, 일을 하는 중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런 작은 깨달음이 소소한 기쁨으로 와 닿았다. 동시에 끝 없이 부어 넣는 재료가 주는 은혜의 메시지가 나를 어느 길로 향하게 할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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