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지도 어느덧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블로그 이름처럼 ‘책 읽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였음에도 작년까지 겨우 6권 리뷰에 그치면서, 새해부터는 ’월에 1권씩은 꼭 공유하겠다‘는 목표를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어느덧 4월 중순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까지 리뷰한 책은 단 한 권. 이대로라면 작년 만큼도 못할 가능성이 큰 난감한 상황이다.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찾자면 끝도 없겠지만, 가장 큰 핑계를 들자면 개인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블로그 이사’ 가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서비스를 옮기게 되면서 최근 두 달 동안 그야말로 멘탈이 탈탈 털리는 경험을 했다. 이제야 겨우 안정을 되찾게 되면서 (물론 아직까지 작성한 글의 1/3 수준 밖에 옮기지 못해 갈 길이 멀다) 의도치 않게 다양한 블로그 서비스를 경험하고 느꼈던 점들을 해명을 겸해 남겨보고자 한다.
1. 티스토리에 정착하기까지 (2009년 ~ 2020년)
티스토리는 필자의 세 번째 블로그다. 처음 이용한 서비스는 네이버 블로그 (2009년 12월) 로 명확한 컨셉이 잡히지 않았던 시기의 방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실 개설만 했을 뿐 오랜 기간동안 어떤 글을 써야할지 몰라 방치해 놨다가, 차차 성장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고 생각을 남기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진지하게 여기게 되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부각 되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네이버 블로그는 사실상 제휴 광고판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블로그가 그런 것도 아니고, 도구를 탓하기보다 글쓰기에 집중하는게 나을수도 있었지만, 뭐랄까 목적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찾아 오랫동안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갈수록 커져갔다. 까다로운 승인 절차와 유려한 UI로 당시 진지하게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의 ‘작가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브런치는 이런 생각에 꼭 맞는 서비스였다. (2018년 8월)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1년에 한 번 있는 브런치북 출간이라는 보상 방식이 일종의 희망 고문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물론 글을 매력적으로 쓰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일반적으로 관심을 끌기 어려운 필자의 글들이 채택될 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육아일기라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어 도전해 봤지만 쟁쟁한 분들에게 밀려 낙방하게 되면서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이런 이벤트가 없었다면 네이버 블로그 때처럼 별로 신경쓰지 않고 꾸준히 써내려 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정확히는 유튜브의 수익 배분이 널리 알려지면서부터) ‘창작자들에게 보상하는 시스템’이 서서히 일반화 되기 시작했고, 어린 자녀도 있고, 미래를 쉽게 담보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에서 주로 근무했던 나로서도 글 한 편 당 수십 시간에 달하는 극도의 비효율을 그저 정신승리만으로 감당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새롭게 움트기 시작한 ‘보상’에 대한 아쉬움은, 1년에 한 번 있는 로또 같은 방식이 아니라 소소하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게 만들었다. 게재된 배너를 클릭하면 게시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애드센스, 그리고 이를 설치할 수 있는 블로그가 티스토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 때의 일이었다. 세 번째 이사는 그렇게 감행하게 되었다. (2020년 5월)
2. 티스토리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 (2023년 2월)
티스토리는 정말 좋은 서비스다. 비록 카카오에서 브런치 대비 서자 취급을 받고 있긴 하지만, 사용료도 없고 HTML 소스도 직접 수정할 수 있어 다양한 광고 플랫폼, 테마 등을 사용자 입맛에 맞게 관리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수익형 블로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2020년부터 3년 동안 100개에 조금 못 미치는 글을 쓰면서, 발전이 느리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불만없이 애용하고 있었다. 물론 카카오에게 이익을 주는 서비스는 아니었기에 갑자기 사업을 종료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종종 엄습하기도 했지만, 브런치와 함께 카카오 콘텐츠 생태계의 큰 축을 담당하는 서비스를 쉽게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중반 무렵부터 시작된 위험신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에 대한 마음을 접도록 만들어 버렸다.
2.1. 서버 불안정으로 게재 비율 저하
일단 티스토리 서버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서 꾸준히 90%대를 유지하던 광고 게재 비율 (사이트 로딩 시 광고가 정상적으로 표시되는 비율) 이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사실 광고 수익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신경쓸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 귀여운 수익에도 감정이 파고를 탄다는 게 웃기긴 했지만).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 달러씩 수익을 챙겨왔던 블로거 분들의 입장에서는 떨어진 게재율이 곧바로 회복되지도 않다보니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당시 애드센스 커뮤니티 게시판은 말 그대로 성토의 장이 되어 있었다).
2.2. 데이터 센터 화재와 부실한 대응
그러던 중에 역대급 사고가 터진다. 지난 10월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아예 서비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것. 그렇잖아도 게재율이 겨우 회복되나 싶었던 와중에 터진 날벼락이다 보니 많은 사용자들이 티스토리의 대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카카오의 어설픈 대응도 한 몫을 했다. 데이터는 분산시켜 놨는데 복구 작업 실행이 화재가 난 데이터센터에서만 가능해 재활성화가 불가능했던 이상한 상황, 게다가 예상했던 것처럼 사과의 의미로 전체 사용자들에게 ‘무려 400억원 어치’의 이모티콘 하사[1]로 생색을 내면서 두고두고 욕먹을 대처 능력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카카오 정도 되는 기업도 이 정도로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줘 대안 서비스에 대한 욕구에 불을 지핀 것이 가장 큰 타격이었을 터다.
하지만 이미 블로그 서비스의 끝판왕이라 여겨져 왔던 워드프레스로의 이전은 쉽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기존 블로그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들 – 서버 임대, 보안처리, 트래픽 관리, 사이트 제작 – 을 모두 내 손으로, 그것도 비용을 들여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1일 1포스팅 등 수익형 블로그 육성이 목표가 아니었던 필자로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전히 티스토리를 떠날 수는 없었던 것이다.
2.3. 일방적인 약관 개정 통보
하지만 올 1월 3일, 티스토리는 마침내 약관 변경 (티스토리 내 광고 임의 노출 약관개정 안내) 이라는 세 번째 카운터 펀치를 날리면서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던 필자를 문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이미 2월 6일자로 변경된 약관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앞으로 카카오가 블로그 내에 (네이버 블로그처럼) 임의로 광고를 게재할 수 있으며, 수익 배분율은 회사가 정하고, 사용자는 해당 광고를 변조하거나 미노출처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 변경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7일 내에 탈퇴 가능하다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그야말로 돈도 안되는 사용자들로부터 삥을 뜯을 준비를 한다 (물론 친자식인 브런치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티스토리는 이미 구글 계정을 연동시켜야 애드센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강제한 바 있다. 이 조치를 통해 사용자들의 수익을 속속들이 알게 된 카카오가 효과가 좋은 곳에 자신의 배너를 노출시키거나 애스센스 수익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된 것이다. 수익형 블로그를 목적으로 티스토리를 이용해 왔던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사실상의 이별 통보와도 같은 일이었다. 물론 약관이 변경된 이후로 티스토리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경사항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분명 약관에 기반한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일 것이고, 언젠가는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때가 되기 전에 보다 신뢰할 수 있을만한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글을 하루 이틀 쓰다 말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약관이 변경되기까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구글의 무료 서비스인 블로그 스팟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3. 깔끔했던 블로그스팟(블로거), 그리고 다시 느꼈던 한계 (2023년 2월)
무료 + 자유도라는 측면에서 블로그스팟은 사실상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지였다. 하지만 티스토리 대비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제공되는 기본 테마가 너무 별로여서 도저히 쓸 맛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카테고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 라벨(태그)을 활용해 글을 구분짓는 방법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기본적으로 필자처럼 HTML / CSS 를 다룰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활용하기 쉽지 않은 플랫폼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알음알음 찾아가면서, 한국 블로그에서는 많이 다루질 않다보니 외국 블로그도 참고해 보다가, 블로그스팟에도 유/무료 테마를 적용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곧바로 마음에 드는 테마를 찾아 설치해 보니 그 어느 블로그를 썼을 때보다 높은 만족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티스토리 때 적용에 실패한 뒤 돈만 내고 있던 도메인 (readelight.com) 도 다시 붙이고, 검색엔진 별 사이트 등록, 애드센스 승인까지 겨우 마치고 이제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만 남았다.
3.1. 한 달 여만에 블로그스팟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이유
마음에 드는 테마에 글들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면서, 티스토리 덕분에 더 좋은 블로그 서비스를 찾았다 싶어 기쁜 마음으로 글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달 가량 40여 개의 글을 옮기던 중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보통 글 유입은 검색엔진을 통해 들어오는게 일반적인데, 블로그스팟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유입이 됐다고 기록은 됐지만, 출처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보통 신생 사이트는 검색 순위가 낮아 검색 엔진을 통한 유입이 집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주소를 직접 입력해서 들어왔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콩글리쉬지 않은가..!?). 조회수 자체는 티스토리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나서 놀랐는데, 네이버 검색에서 유입되는 경우는 한 달 내내 0이었고, 광고 클릭도 없었다. 심지어 오전에는 높았던 광고 노출수가 오후들어 급감하면서 (보통 조회수가 늘면 노출수도 비례해서 높아지게 마련이다) 구글이 유효하지 않은 조회로 판단했다는 확신마저 들었다. 벌써부터 이런 상황이라면 이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블로그 스팟 형식에 맞춰 모든 글들을 다시 확인하면서 올리고 있었는데 이 작업을 지속해도 될지 의문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실험을 공유해주시는 분이 블로그스팟이 노력 대비 유입 / 수익성이 최악이라며,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워드프레스를 하라는 조언을 해주셔서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분명 구글에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라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음에도 이 서비스를 추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지적하는 부분들 (구시대적 UI, 카테고리 없음) 은 어떻게 잘 극복했지만, 발전이 거의 없는 서비스이자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아 망설임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역시나 세 번째 (가장 강렬한) 자극을 통해 이루어졌다.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인문학 덕질과 IT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분명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일까가 늘 의문이었다. 그동안 ’책을 통한 주체적인 성장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독서모임 등 주로 오프라인 관점에서 바라보기만 했다면, 이 책은 ’내 블로그가 이런 분들과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역할을 감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력을 더해주었다. 구성원 각자의 기쁨을 온오프라인으로 나누며 성장을 북돋울 수 있는 매체를 제공하는 것, 나만의 기쁨이 더불어 나누는 기쁨이 될 수 있는 서비스. 꼭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이 블로그가 그런 방향으로 확장해 나갈수도 있다면, 매번 이렇게 고생해 가면서 글을 옮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애초에 변화하는 니즈에 맞춰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게 되자 비로소 비용 부담에 대한 결심이 섰다. (2023년 3월 21일)
보고 계신 블로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1차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앞으로도 배움의 여정을 지속해 나갈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꾸준한 배움 공유‘라는 반복운동에 박차를 가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계속해서 모색해 볼 계획이다. 더 넓은 가능성의 세계를 찾아보라고 안내해 준 카카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1] 한겨레, 카카오 먹통 보상은 이모티콘…‘90일 제한’ 포함 3종
* 표지 이미지 출처 : wordpress
이용하시고 계시는 호스팅은 어딘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비아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어서 호스팅도 가비아로 적용했는데요. 비용이 타사 대비 높은걸 감안한거긴 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된 것 같아 옮기려고 생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