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가지 수수께끼를 푼 날이다. ‘아이가 왜 엄마에게 못되게 굴까?’ 에 대한.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새벽 (5시가 채 되지 못한)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엄마 (참고로 아내는 간호사다). 화장대에 불이 켜져 있기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전 날에도 10시 반이 넘어서 잠들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똘망 똘망한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며 웃음 지었다. 엄마도 함께 미소지었고, 곧이어 아이는 엄마에게 손을 뻗으며 안아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엄마는 곧바로 다가와 아이를 안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스르륵 자리에 다시 눕혀줬다. 그렇게 잠이 들었나 싶더니 곧 다시 일어나 아빠를 바라보고 ‘씨익’ 웃으며 엄마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신만의 요청 소리(“응~ 응~.”)를 내며 다시 안아 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보며 나는 다가오는 그림자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다시 한 번 아이를 안아줬고 곧 출근을 해야했기에 오래 안지는 못하고 아이를 달래며 다시 자리에 눕혔다. 그렇게 엄마는 주방으로 나가 빵을 챙기고 나갈 채비를 마쳤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는 밖으로 나가겠다고 낑낑댔다. 그렇게 아빠와 함께 거실로 나와 우유를 마시면서 엄마와 작별 인사를 했다.
“엄마 다녀올게. 안녕~.”
아이도 손을 흔들며 배웅한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누웠지만,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안아달라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다시 아이를 안고 도닥여 준 후 다시 눕혔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거실로 나왔을 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통에 할머니도 아이를 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두 번 가량 안아주고 눕히고를 반복했을까, 엎드려 있던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거실로 데리고 나오자 잠시 울음을 그치는 듯 했다. 하지만 ‘가볍게 칭얼대는거였나’라고 안심하기 무섭게 자지러질 듯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게 아닌가? 마치 폭포수처럼 쉼 없이 소리를 지르며 우는 아이를 보며 나도 당황스러웠지만,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아이가 ‘잠을 잘 못자서 그런가’, ‘아니면 감기 기운이 있나’ 하면서 달래주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아빠 품에 안겨 쉴 새 없이, 정말 정말 서럽게 울었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아이가 얼마나 나이 답지 않게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었는지를. 그동안 아이가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던 모습들이, 서운해 하는 엄마의 표정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아이가 겪었을 아픔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 아무 것도 아이를 달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아이의 아픔에 말 없이 동참할 따름이었다. 순간순간 핑크퐁 영상이 떠올랐지만 지금의 아이에게 있어 치명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눈물만 삼켰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나자 보다 못한 할머니는 엄마와 영상 통화를 시도했고, 엄마를 바라보면서 아이는 계속해서 울음을 이어갔다. 사실상 엄마가 곁에 있지 않고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통화하기 전보다 더욱 서럽게 우는 아이의 모습에 자리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고, 어쩔줄 몰라 서성이다가, 여전히 울면서 현관을 가리키는 아이를 달래며 겉옷만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새벽의 어두움은 가시기 전이었고, 아파트 단지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잠깐동안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아빠는 네가 그렇게 힘든지 잘 몰랐네. 엄마한테 심통 부리고 안기지 않으려고 해서 걱정했는데 사실은 엄마 보고 싶어서 그랬던거구나?”
“응.”
훌쩍거리는 중에도 대답을 잊지 않는다.
“에구 그랬구나. 엄마도 같이 있고 싶은데 일하러 가야 해서 그러지 못하는 거야. 엄마 이해해 주세요. 엄마 사랑하지?”
“응.”
기특한 생각에 등을 도닥여 주며 걸음을 이어갔고 비로소 마음을 추스른 아이는 나무를 바라보며 반갑게 손짓했다.
“아이고 춥겠다. 우리 이제 그만 들어갈까?”
“응.”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잠시 안고 있다 자리에 눕히자 고단한 듯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아직까지 훌쩍거리고는 있지만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슬픈 감정에 대한 처리는 잘 마무리 지은 것 같았다.
엎드려 있는 아이의 얼굴에 어렴풋이 미소가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