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 아이의 삶의 과정에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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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 쓰는 아이

어느덧 두 돌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아이. 한창 예쁜 때면서도 한편으로 점점 더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내심의 8할은 짜증 받아주기에 할애되고 있는데 (잠이 덜깼거나 졸려서) 기분이 좋지 않거나,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하거나,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할 경우 달래기 힘든 상황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바닥에 드러눕는건 예사가 됐고, 안겨있을 때도 떨어지는 것 따윈 두렵지 않다는 듯 온 몸을 비틀며 절규를 하곤 한다. 미운 4살, 때리고 싶은 5살 이라며 투정의 어려움을 익히 들어온데다가 아이의 정서적 지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던터라 이런 현상이 조금 일찍, 또 강하게 올 것이라고 예상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겪고보니 멘탈을 부여잡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울면서 한동안 짜증을 멈추지 않을 때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욱해서 신경질을 낼 뻔하다가도 목구멍 끝에서 겨우 겨우 틀어막은채 굳은 표정만 짓게 되곤 한다.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다그치거나 혼내는 식으로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겠지만 우리가 붙잡고 있는 ‘뿌린대로 거둔다’는 메시지는 이러한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도록 이끌어 준다. (물론 이를 연결짓게 한 것은 정신분석 관련 책들이다.)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결과지향주의로 한걸음씩 성실하게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너무도 쉽게 간과하는 것 같은데, 노동없는 부를 향한 욕망의 매몰은 단지 부동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뿌리지 않은 열매를 거두고자 하는 ‘과정이 생략된’ 그 모든 문제를 우리는 진지하게 재고해 봐야만 하지 않을까. 그렇게 어쩌면 우리는 의식화 되지 못한 도둑질을 모두가 향유하는 가운데 새로운 것을 향한 진지한 도전에는 점점 더 눈과 귀를 가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육아에 있어서도 아이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두지 못한 채 어른의 관점에서만 빠른 결과를 찾는 것은 아이만의 성장 과정을 박탈하는 일이자 결국 부모의 증상으로서 아이의 한계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힘들더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해 가야만 삶을 살아나가는 아이의 문제해결 방식 또한 그와 같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렇게 아이의 다른 태도 문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물건을 던지고 할퀴는) 에 있어서도 그렇고 아이와 충분히 대화가 가능할 때까지 기다려주자는 입장에 동의해준 아내 덕분에 우리는 함께 피를 흘리고 (?) 있다.

문제 해결의 관점도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이의 욕망의 크기였다. 아이는 자신이 공감받은 크기만큼 욕망할 수 있고, 동시에 욕망의 크기만큼 성장할 수 있음을 알기에, 결국 아이의 (욕망의) 그릇, 즉 순수한 행복의 장소였던 에덴을 향한 갈망을 키워주기 위해 아이를 수동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상황이 용이치 않을 때는 이해를 하든 말든 열심히 설명해줘 가면서 해결해 어떻게든 아이의 주체성이 손상을 입지 않도록 우리 부부 뿐 아니라 어머니와 장모님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실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보고 싶어하고, 새로운 환경에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는 등 주체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 고마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본인을 좌절시키는 대상에 대한 처리가 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아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씨름해 가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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